현재 북한의 3대째 권력세습에 대응하여 남한 또한 3대째의 기업 세습이 나타나고 있는 현실을 비판하는 건 매우 시의적절하다. 단, 여기서 "세습" 그 자체가 나쁜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야 한다.
사실, "세습"이란 것 자체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내리려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현재 북한의 3대째 세습에 대해서도 "세습 자체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는 반박이 나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 마찬가지로 삼성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충분히 저런 식의 반박, 나올 수 있다고 여겨진다.
북한의 세습은 세습 자체가 문제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안되고, "권력의 세습이 왜 나쁜지"에 대해서도 보다 정밀하게 타격해야할 필요가 있다.
국가권력이 민주적 통제 아래에 놓여져 있어야 한다는 것은 근대 민주주의의 합의이다. 그리고 그것은 근대의 성과이기도 하다. 북한이 세습이 아니라 설령 "집단 지도체제"로 간다 할지라도, 인민들의 민주적 통제에 놓여 있지 않은 이상, 비민주적 통치체제임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이 집단지도체제 조차도, 지도층간의 견제가 일반적이라서 북한의 반인권적, 반민주적 상황에 대한 외부의 변화 촉구에 좀 더 반응하리란 기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봉건적 왕조 체제와 다름없는 "3대 세습"과는 다소 달리 평가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3대 세습"은, 국가의 공적 권력을 그 어떤 공적인 성격의 검증도 거치지 못한 채로 봉건적으로 "책봉"되고, 그 아래에서 인민들은 그 어떤 정치적 자결권도 얻어내지 못한다. 그러한 비민주적인 상황은 억압을 낳고, 다시 북한의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상황은 악화된다. 3대 세습은 그래서 악질이다.(혹자는 각 나라의 상황이 다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북한인민의 권리와 다른 나라 인민의 권리가 다른가? 모든 인권은 평등하다. "상황이 다르다." 이 이야기만큼, 북한 인민의 인권에 대한 모독도 없다.)
그렇다면 기업의 세습은 왜 나쁜가?
사실 시장체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기업의 상속은, 그 자체로는 나쁠 것이 없다. 이를 테면, 영세한 중소기업 사장(주식회사도 아닌)이 그 아들에게 가업을 물려준다거나, 슈퍼 사장, 음식점 사장이 자식에게 가업을 물려준다거나 하는 것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니다. 그 아들이 망치면 시장은 알아서 다른 대체 기업, 가게를 선택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상식인들도 대부분 여기에 동의할 것이다. 아무도 앞서의 "기업 상속"에 대해서 딱히 반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기업 권력 세습"에 대한 이야기는 왜 나오는가? 여기엔 분명히 맥락이 있다. 삼성 가문의 이병철부터 시작해서 이재용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즉, 여느 기업의 상속 모두에 대해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의 기업 권력 세습에 대한 비판인 것이다.
그리고 삼성의 세습은 명백히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져있다. 삼성생명과 에버랜드로써 순환출자 구조를 통한 비정상적 지배구조. 그리고 그 비정상적 지배구조를 편법적 증여를 통해 상속세도 제대로 내지 않고 삼성그룹 전체를 상속하려는 이건희 일가. 그들의 순환출자구조는, 실제 개인 지분은 5%도 되지 않는 이건희 일가의 재계 1위 그룹 지배를 가능케 한다. 유한책임회사의 원리에 명백히 반하는 것이다. 5%도 안되는 지분이 50% 그 훨씬 이상의 결정권을 갖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 그 결정권만큼의 책임을 지려고 하는지도 회의적이다. - 이것은 건전한 시장체제의 질서에 반하며, 나아가 가진 자의 위법이 용인된다는 측면에서 보편적 사회정의를 해친다.
그러므로, 현재 삼성가에서 진행되어지고 있는 3대 세습은 건전한 시장체제에선 결코 있어선 안되는 권력의 세습이다. - 또한 그들은 "삼성을 생각한다"에서 보여지는 대로, 이미 단순한 사적인 기업이 아니게 되었다. 공적 부문까지 좌지우지하는 사적 <권력>이 되어 있다. - 이들에 대해 비판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매우 당연하다.
그러므로, 현재 진행되는 북한의 3대 세습과, 삼성의 3대 세습에 대한 비판은
공화국의 민주 시민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도리인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왜 썼나 싶을 거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010101531581&code=910303
앞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9월 28일 김정은 후계가 공식화된 무렵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 당대표자회 3대세습 어떻게 보시나요?”라고 운을 뗀 후 “국가의 운명을 유전자 재조합이라는 생물학적 우연에 맡기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게 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가장 두려운 것은 북이 혼란에 빠지고, 권력의 공백을 친중 정권이 채우는 것일 것”이라며 “북한이 중국의 동북4성 중 하나가 된다면 통일은 더 멀어지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유 전 장관은 북한의 정권 세습을 기업세습과 유사하게 보는 시각에 대해선 “국가권력의 세습과 기업의 상속은 좀 다르다”며 “기업은 사적 권력이다. 한 기업이 세습 때문에 망하면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데 국가권력은 대체가 불가능한 공적 권력”이라는 논리로 비판했다.
너무 뻔해서 진짜...아오...
지금 어디 기업 세습에 대한 말이 왜 나오는 지 몰라서 저러나?
논리적으로는 저 말이 맞다. 그래서 한층 더 치졸하고 교활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권력 세습에 대한 생래적인 거부감이 있다. 그래서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 바로 뜨악하는 것이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사람들의 가열찬 비판은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왜 나쁜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할 수 있다. 세습이 안되는 게 당연한 사회에서 살아왔으니까.
그러나 우리는 또한 자본주의가 너무나 당연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적 권력", "상속", "다른 기업이 그 자리를 차지함, 시장이 해결해 준다."란 식으로 말을 한다면, 당연히 삼성의 기업권력 세습에 대한 사람들의 거부감은 매우 약해진다. 상속/세습 그 자체가 아니라, "어떤 세습"이냐가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잊혀져 버린다.
아주 교활한 물타기다. 삼성의 세습은 세습이라서 나쁜 게 아니라, 앞서 말한 바 때문에 나쁜 것이다. 그것이 보편적 사회정의와 시장질서에 반하기 때문에. 또한 그것을 시장이 해결해준다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시장에 대한 개입은 (이론적으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정부가 한다. 그러나 "삼성을 생각한다." 에서 보면, - 또한 실제로 요 몇년 전부터 드러난 삼성의 권력 추구형 위법을 보면 - 그 삼성은 시장질서를 교란하고 있고 행정부와 사법부의 주 요인을 조종하려는 시도를 매우 당연한 듯 시도하곤 한다. 이러한 "사적 권력"을 단순히 시장의 자정작용으로 해결이 되나?
저 논리는 결국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고, 그러한 고립 속에서 삶이 피폐해진 북한 인민들이 스스로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한 지나친 반발은 미국의 "이라크의 자유를 위한 전쟁"이란 제국주의적 시도이며,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에 대한 외부의 명백한 내정간섭이다." 이것과 다를 바가 없다. 결국 민주노동당의 3대 세습에 대한 논리를 기업에 차용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하긴, 유시민은 원래 기업과 삼성의 이익에 복무하는 데 충실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시절 의료법 개악 시도로 의료 상업화에 박차를 가했고, - 현재의 의료법 개정안은 그 시절 개정안에 기초한다. - 국립의료원의 법인화를 추진했다. 국회에서도 통과된 예방접종 무료화 사업을 예산삭감을 통해 전면무산시킨 자도 유시민이다. "황우석 마피아"들이 위원이었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그는 영리병원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어떤 식으로? "방향은 맞지만 영리병원 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이 너무 이념문제로 몰아간다." 라고. 그리고 그 대신에 병원채권, 의료산업펀드 조성을 추구했다. 이건 뭐 조삼모사도 아니고. 물론, 이에 관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병원산업을 육성하라."고 지침을 내렸음은 물론이다. 유시민은 유시민주의자가 아니라 노무현주의자이므로, 이런 귀결은 당연하다. 삼성의료원과 삼성생명 매출 확대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민노당에게 북한이 "사랑"이라면, 유시민을 비롯한 보수정치권의 "사랑"은 삼성이다.
다 변태들 같다. 어디 사랑할 게 없어서...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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